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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110km 이상 제한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by 차주인 2022. 10. 8.

 

고속도로에서 조금은 느려보이는 속도 110km

지방 출장을 다니다 보면 2가지에 놀라게 됩니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다양하게 놓여있는 것이고, 다양한 도로가 있음에도 2차선 도로가 많아 정체도 많은 점입니다.

호남으로 갈 때 자주 이용하는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와 경남으로 갈 때 자주 이용하는 통영-대전, 중부내륙 고속도로,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잇는 남해고속도로 모두 2차선인데, 이 도로들은 화물차 비중이 커 교통량과 달리 화물차로 인한 정체 구간이 생깁니다.

 

그리고 도로를 다니다 보면 제한 속도가 낮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110km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100km로 달려야 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순천-완주 고속도로에 놓여있는 관촌휴게소-동전주 구간단속구간은 18km,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둔내-평창 나들목 구간은 19.5km로 체감 속도가 상당히 낮게 느껴지는 도로입니다. (마치 국도를 달리는 기분이 듭니다)

12인승 렌터카를 빌리면 110km 이상 달리지 못하도록 속도제한이 달려 있습니다. (이런 속도제한은 12인승이상의 버스에도 적용이 됩니다.) 동승자를 위한 안전조치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110km의 제한은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2차선 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행렬이 앞을 막을 때, 추월을 하려니 다른 차량의 속도는 빨라 추월타선에 합류하기도 애매하고 화물차 뒤에 가자니 80~90km로 가기엔 너무 늦습니다. 무엇보다 속도를 줄이고 올리는 동안 연비도 떨어지고 운전스트레스도 커집니다. 속도제한이 있어도 도로의 흐름상 120~130km를 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에선 제한 속도를 120km로 올리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량 간의 편차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들은 80~100km/h의 속력을 냅니다.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나 배기량이 적은 경차들은 고속도로에서 120km/h 이상의 주행이 버겁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150~180km/h도 손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들도 보통 120~140km/h를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차량은 속도 외에 고속주행 시 차량떨림이나 소음이 적고 가속이나 주행안정성에서 엔진이 잘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10년 이내 연식의 차량에선 110km의 속도가 그리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낮은 화물차부터 최고로 빨리 달리는 차를 130km(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차가 수두룩합니다)로 산정해보면 편차가 50km/h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속도 편차가 50km/h 수준이면 혼잡도가 상당히 크고 사고 위험이 큽니다. 빠른차와 느린차로 차량 주행성능이 확연하게 나뉘어 느린차량은 추월해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방으로 뻗어있는 고속도로(고속화도로 포함)는 대부분 2차선으로 되어 있어 화물차와 저속차량에 대한 대처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편차를 줄이기 위해 최고 속도를 100~110km로 맞춥니다.  저속차량과 고속차량의 편차를 20~30km 이내로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 곳곳에 구간단속 구간을 두어 강제로 평균속도를 맞추며 차량간의 속도 편차를 줄이고 있습니다. 편차가 줄어들 수록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2. 많은 변수

산이 많은 대한민국은 고속도로를 일직선으로 내기가 어렵습니다. 언덕, 터널, 커브가 항상 있고 때로는 원거리 시야 확보가 어려운 순간들도 있습니다. 터널이 다수 있는 구간에서 터널 출입 시에 일시적으로 전방이 안 보이는 구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경동지형(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음)이라 동서로 횡단할 때는 오르막, 내리막의 편차가 심합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그런데 대한민국의 도로는 날씨의 영향도 자주 받습니다. 일교차가 심할 때 산에는 안개가 자주 끼기도 하고, 여름철엔 폭우, 겨울철에 결빙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태생적으로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다른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체입니다. 도시, 공사 구간, 사고, 고장 차량으로 인한 변수가 많고, 수도권으로 갈수록 교통량이 증가하여 상습 정체 구간이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한 속도를 올리는 것이 많이 부담됩니다

 

 

 

3. 사고율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9OECD 국가 중 5, 2021년에 10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수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도로의 제한 속도를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제한속도를 올릴 수록 사고율은 증가합니다. 또한 제한속도가 높아질 수록 사망이나 부상 등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나라 현행 도로 사정과 자동차 보급대수, 차량 편차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당분간 고속도로 사망자 수나 교통사고 수가 갑자기 낮아지진 않을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속도를 올리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4. 외국의 속도는?

땅이 넓은 미국은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가 높을 것 같으나 의외로 110~120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전세계에서 평균 제한속도가 가장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느정도로 높을까요?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은 권장속도를 130km/h로 제시합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 모두 고속도로 속도를 110~130으로 맞추고 있습니다. UAE와 오스트리아는 140km입니다. UAE는 평지가 많고, 오스트리아는 차량의 성능을 고려하여 이 속도를 정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오스트리아의 인구수, 자동차 인프라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891만명 UAE는 989만명으로 두 나라 다 우리나라에 비해 5분의1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가장 속도가 높은 나라도 140km/h를 넘지 않고 평균 주행속도는 110~120km라고 합니다

 

 

5.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실제 주행속도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적정속도는 몇 km가 되어야 할까요? 운전자들은 차량이 없는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의 +10~20km 속도를 낸다고 합니다. 이것을 수치화해보면 110km 제한 속도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자들이 평범하게 내는 속도가 120~130km입니다. 고속도로 카메라가 차량의 성능, 계기판 작동의 오류를 고려하여 10km 정도를 봐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고속도로 주행속도는 대부분 120km를 웃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120km로 올린다면 운전자들의 속도는 더욱 올라가서 130~140km 주행을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공사할 때 설계속도에 맞춰서 공사합니다. 설계속도는 주행할 때 운전자가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설계속도는 120km로 현행 최고 제한 속도보다 10km가 더 높습니다. 즉 고속도로 설계 때부터 이미 차량의 실제 주행속도를 고려하고 설계를 한 것입니다. 따라서 110km인 현행 최고 속도가 120km가 된다면 운전자의 실제 주행속도는 더욱 높아지고 그만큼 사고의 위험성도 같이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110km는 우리나라 도로 사정, 운전자 성향, 차량을 종합한 최적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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